하루종일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을 해봤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사무실에서 학교까지, 학교에서 집까지.
자주 다니는 길이라 길을 꿰고 있었지만 습관대로 키고 다녔다.
그런데 이번엔 의존하지 않고 다닌 것이다.
그러니 익숙하다고 느꼈던 길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오롯이 길에 집중하고 다니니까 이정표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 이름, 다리 이름, 터널 이름, 주변 건물 등이 뭔지 관심이 갔다.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었다.
머지않아 형을 운전연수해줘야 하는데 큰 단계 지침서로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주차할 때도 얼마전부터 이젠 보조 시스템(카메라)의 도움 없이 해나가고 있다.
집에 오자마자 이 감상들을 어머니께 바로 말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귀찮아 하셨다.
대수롭지 않은 일인데 왜 자꾸 말하냐고 말씀하셨다.
섭섭했다랄까
초보자의 마음도 몰라주고 말이다
어머니도 초심의 시절을 기억해보길 바랐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 성장하는 과정이 티났던 어린 시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도 마찬가지로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럴수록 더 귀찮아하셨다.
목욕을 하면서 생각해봤다.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나는 항상 늘 그랬다.
어제보다, 지난 번보다 달라진 내 모습을 신기해하고 좋아하며 의미를 두곤 했다.
관심사와 목표와 관련된 것이라면 운전, 촬영, 마음공부 등 그 어떤 것이든 새로운 느낀 바들이 있었고
일기를 작정하고 쓰면 쓸 게 많았다.
그던데 어머니께 만큼은 운전에 대해 말씀 드린 게 많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어머니와 나눌 수 있는 공통 관심사가 그것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께 말하지 못했던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어머니가 관심을 안 가질 것이라 생각했던 건 내 편견일지도 모른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그러한 내 주관으로 인해 그러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 느낀 바를 전하며 소통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확인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유튜브를 이러한 주제로 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