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고요한 마음을 찾으러
강릉 바닷가에 앉아 명상을 한 적이 있다.
눈을 감고 소리에만 집중해보기도 하고
눈을 뜨고 바다에만 집중해보기도 하였다.
파도가 내가 있는 쪽으로 밀려오더니 없어졌다.
그렇게 여러 번 쉴 새 없이 반복되었다.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저기 내가 미쳐 다 보지 못하는 수평선 너머로부터 오는 파도는 여기에서 끝이 나는구나.
파도 칠 때는 마치 인생의 굴곡처럼 보였고
파도가 사라질 때는 그러한 인생도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 한 방 맞은 느낌이 났다.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니 다르게 보였기 때문이다.
파도는 사실 물이고,
그 물은 파도가 끝나더라도 여전히 있는 것이다.
앞으로 바닥으로 흡수되기도 하고
공기 중으로 증발이 되기도 하고 할 테니까 말이다.
사람도 죽으면 육체는 자연 속으로 흩어질 것이고
영혼은 또 다른 육체를 만나 삶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그 당시의 믿음이어서
파도를 보며 그러한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예전 생각을 떠올리게 된 까닭은
그게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게 보여서다
불교의 사상을 믿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불교를 믿지 못하는 사람도 인과보응의 법칙은 대부분 수긍을 한다.
쉽게 말해 콩 심은 데 콩 나고, 깨 심은 데 깨가 나는 이치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건 어린 아이도 쉽게 이해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생멸 없는 도는 현재 생을 살아가는 인간 입장에서는 사실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는 좋게 말하면 신비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비과학적이라고 받아들여진다.
나는 믿는 사람이지만, 믿음만 있고 증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믿지 않는 사람에게 강력하게 주장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특히 나는 실리와 실생활의 적용을 추구하는 원불교의 가르침을 받고 있기 때문에
미신 같은 내용은 함부로 단언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 실험을 더 많이 해보며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과학적으로 이러한 점을 증명해보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인간의 의식은 에너지라는 것이다.
에너지는 보존 법칙에 따라 총량이 항상 같다.
즉, 사람이 죽어도 의식을 가지게 했던 에너지는 우주 어딘가로 이동했을 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의식이 영혼과는 다르다.
의식은 육체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고
영혼은 육체가 없더라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흥미로워진다.
사실 예전에 양자역학을 배울 때 내가 믿는 진리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고 본 적 있다.
하지만 혹시 누군가는 이러한 내 생각이 사이비 과학에 불과하다고 볼 것 같아서,
나도 짧은 견해로 섣불리 판단하기엔 조심스러웠던 생각이다.
그런데 과학은 아직 모든 것을 밝혀내지는 못했고,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단 자세로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과학과 멀다고 여겨졌던 종교적인 점도 열린 자세로 탐구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점에서 최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로저 펜로즈의 연구 발표가 몹시 반가웠다.
인간의 육안으로는 가시광선 밖에 보지 못하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는 전파, X선, 자외선 등을 발견해냈듯이
인간의 육체로는 느낄 수 없는 신비로운 일들도 과연 과학적으로 밝혀낼 수 있을까?